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2)
지은이 : 박경철
출판사 : 리더스 북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그 시절,
내가 버틸수 있었던 건 함께 웃고 함께 울어줄 이들이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쁜 딸래미 엄마 도와준다고 고생 많았다 ^^
시골의사의아름다운 동행(1)은 함께한 이웃들의 이야기이지만 2번째 판은 이웃보다는
자기의 신변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부모님, 동료, 그리고 안동시 태화동 진료실 환자들..
의사를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안고 있는지..
긴장과 위험의 연속 속에서도 침착을 잃지 말아야 하며
며칠간의 수술로 뜬 눈으로 환자와 사투를 벌어야 하며,
환자들의 더러운 부분까지 다 만지고 핥으며 치료를 해야 하고
수술중에 뿜어져 나오는 피들로 온 몸에 얼굴에 범벅이 되어도
잘 견디고 참으며 진료를 해야 한다
그 고단한 삶 속에서 희망을 찾고 또 보람을 찾는 의사라는 직업이
하늘에서 내려준 것이 아니라면 아무나 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글을 읽고 난 소감이라고 할까.. 그것은 따스함이다
환자와 함께 울고 웃어줄 수 있는 인간다움을 갖춘 정말 멋지고 훌륭한 의사라는 것이다
차 례
서러운 한은 내게 두고 가오
(훌훌 털어버리고 가기엔 무거운 발걸음이었나, 사랑하는 이들에게 아무 말 못하고
홀연히 떠나온길, 그래서 갈 길 가지 못하고 이승을 맴도는 영혼은 아슬하게 매달려 있어야 하는 고드름처럼 애처롭다)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기도
(어머니의 차거운 눈은 시퍼런 칼날이 되어 제 몸을 찌릅니다. 많이 아팠습니다. 너무 아파 움직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보다 더 아파하시는 어머니를 봤습니다. 그때부터 원망하는 마음을 버렸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 1
(함께 할 수만 있다면 민들레 홀씨가 되어도 좋았다. 바람의 짖궂은 장난으로 너와 내가 잠시 떨어진데도
어딘가에 살포시 내려앉았을 너를 찾아 날아가고 싶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아, 사랑아 즈려밟힌 내 사랑아 2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이 서린 그 강에 이젠 그리움으로 남을 못난 내 친구를 두고 왔다
눈이 불덩이처럼 뜨거웠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나의 벗이여, 이제는 편히 잠드시게나)
전화위복으로 얻은 값진 교훈
(때로는 비싼 대가를 치르며 교훈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생각지도 않게 우연히 교훈을 얻기도 한다
어떤 교훈이든 그것은 어둔 바다를 밝혀주는 등대처럼 우리의 삶을 밝혀줄 아름다운 안내자임에는 분명하다)
어른들의 이기심에 희생된 아이
( 한 아이의 가냘픈 몸과 해맑은 영혼은 어른들의 이기심에 의해 흩어져 하늘 높이 떠올랐다
봄 자락을 타고 선 나무들은 작은 생명을 틔우느라 여념이 없는데 슬픈 운명을 타고난 아이는
봄을 잃어버린 양 더 웅크려든다)
나는 진짜 행복합니다
(거칠고 차가운 바닷속이 고단한 삶의 터전일지라도 그곳을 천국이라고 여기며 그곳에서 행복을
따는 그들에게 오늘 하루는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 될 수 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내가 숨이 부서지도록 산을 오르는 까닭은 자주 가는 산사의 약수가 주는 달콤함 때문이리라
부모가 마지막까지 자식의 꺼져가는 생명을 부여잡는 까닭은 작고 보잘것 없어 보여도 그것이 큰 사랑이기 때문이리라)
세상이 미쳤다
(세상이 미쳤다! 아니, 사람이 세상을 미치게 만든다! 사람이 전부라고 믿는 나에게 사람에 대한 깨진 믿음은
밀려갔다 밀려오는 파도에 모든 것을 버리고 싶게 한다)
아름다운 꽃잎은 빨리 진다
(타인을 위해 사랑과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당신은, 변함없이 한자리에 서서 지켜보는 한 그루의 나무 같아라
모진 바람에 한번쯤 마음 가는 대로 흔들려도 좋거늘 그녀는 그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철부지의 위험한 사랑
(그들에사 사랑은 놀이다. 짧은 사랑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고, 헤어짐에 어리석은 미련 두지 않는
그들의 사랑이 안타깝고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인가)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자신의 몸을 살라 출가한 딸의 무고를 빌어주시던 어머니, 따뜻한 밤 한번 지어드리지 못하는 세속을 떠난 몸이기에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 한 구석이 찬 서리를 맞은 양 시립니다. 떠나시는 길, 부디 편히 가실 수 있도록 부처님께 비나이다)
억울한 죽음
(제 몸을 스스로 감아 숨 못 쉬도록 하는 사람은 없다. 애타게 살고 싶어하는 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사람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는 그깟 이유로 그들을 용서해야 하는 걸까?)
그 많던 가물치는 누가 다 먹었을까
(출산후, 산모들이 먹어야 하는 보양식이라며 싫다고 짜증을 부리는데도 꼬박꼬박 챙겨주시던 어머니
얼룩덜룩한 껍데기며 '꺼억~꺼억~'울어대는괴이한 소리 하며 보기에도 눈살 맞은 이놈이 어머니의 정이 사무칠때면 더욱 그리워진다)
하늘이 거둬간 작은 천사
(정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상 사람들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아이들. 하지만 소중한 사람냄새를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하늘이 거둬간 이 아이보다 더 슬프고 못난 인생을 사는 건 아닐까)
죽음을 제대로 안다는 것
(죽음에 대해 누구보다 냉정한 것이 의사들이다. 의사가 감정에 휘둘리면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의사란 직업싱 두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의사란 직업이 죽도록 싫을 때가 있다)
웃지 못할 추억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그 시절, 내가 버틸수 있었던 건 함께 웃고 함께 울어줄 이들이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소중한 추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안 할머니, 편히 잠드시소
(물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볼품없어 보이는 작은 물항아리가 생명보다 값진 보석이듯이
살아생전 할머니가 나눠주시던 굵고 노란 닭알은 정에 목말라했던 우리에게 주신 소중한 단비였다)
돌아온 눈물의 시바스리갈
(세월은 녹슬지 않을 것 같은 강철도 변화시키는가, 저 멀리 복도 끝으로 스러져가는 교수님의 초췌한 모습에
품었던 못된 마음을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로 던져버렸다)
사람은 꽃보다 아름답다
(인생이 쭉 뻗은 기찻길처럼 평탄하기만 바랐다. 어떠한 역경 없이, 고생없이 살 수 있기만을..
몸은 불편해도 마음이 아름다운 그의 모습 속에서 굽이지고 갈라진 것 또한 버리지 못할 삶의 하나임을 알았다)
운수에 따라 엇갈리는 운명
(모양도 제각기 사이즈도 제각기인 운동화, 어떤 주인을 만드느냐에 따라 수명이 결정되어지는
그들의 운명은 인생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있다 )
아가야, 미안하다
(열 달을 뱃속에 담아 고이 고이 키워낸 아기와의 이별...
박복한 사람에게는 작은 사랑마저도 허락되지 않는가 보다. 사랑하는 아가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안동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더럽고 낡아 더 이상 필요 없는 군화라 할지라도, 그 속성은 여전히 사람을 짓밟고 걷어차는 데 있다
살갑게 대하고 인자한 웃음을 잃지 않는 할아버님 뒷모습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간절히 깨고 싶은 의사들의 징크스
(환자가 죽음을 예감하면, 그러지 말자고 몇 번을 다 잡아도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단 것처럼 한없이 가라앉는다
삶과 죽음은 의사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아까운 생명 하나 떨어질 때마다 제 몸 깎는 것 처럼 아프다)
혹독한 가르침
(가끔 나는 묵직한 맷돌에 콩을 넣고 간 뒤, 간수로 간을 맞춰 정성스럽게 만든 참 두부가 먹고 싶다
번거롭고 힘들긴 해도 그 맛은 어떤 맛과도 비교할 수 없다. 무릇 참이란 모두 이와 같은게 아닐까?)
내 마음의 악마, 위선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마음에 새긴 한 사람으로서 나는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에 충실할 것과
인간의 생명을 목숨보다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 정말이지, 내게 인생은 씻을 수 없을 만큼 부끄러운 것이다)
행복이 넘치는 사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