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자 : 2020. 9. 12(토)
느긋한 주말이다
아침 늦게까지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 요가로 뻐근한 몸을 풀어 보았다
날씨가 흐린데 집에만 있자니 갑갑하고
코로나 19로 어디 멀리 갈 수도 없다
마음이 답답할때는 산에 가는게 제일로 좋다
간단한 먹거리 챙기고 물이랑 오렌지 쥬스 각 1통씩 담아 직지사로 향한다
극락전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정상을 보니 구름이 가득하여 우산을 챙겨
가방에 넣고 쉬엄쉬엄 걸어본다
오늘은 아무걱정없이 그냥 자연속에 오롯히 묻히고 오고 싶었다
슬픔이 차오를땐 비워내야 한다.
어떻게 하는지는 나 스스로 잘 알고 있기에 비가 올 것 같은
궂은 날씨에도 가방을 둘러매고 집을 나선 것이다
조금 걸으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우산을 받쳐들고 천천히 비를 음미하면서 걷는다
비가 오는데도 황악산은 많은 사람들이 오르고 내리고를 하고 있다
아마도 코로나로 인한 마음의 쉼을 찾고자 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스키니를 입은 젊은 학생들이 단체로 우산도 쓰지않고
벌써 정상까지 다녀오는지 하산을 하고 있었다
부부끼리, 연인끼리, 가족끼리 삼삼오오 등산을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상까지 빨리 올라야지 하는 생각을 비우고 나서 천천히 걸으니
자연속에 있는 모든것들이 아름답지 않은게 없었다
떨어진 낙엽들, 풀 한포기, 작은 야생화들, 다람쥐,
심지어 돌에 돋아 있는 이끼조차도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내 속에 차곡히 쌓여 있던 슬픔들이 빗물에 자연에 다 쓸려내려가는듯
행복함이 온 몸으로 구석구석 가득하게 다가온다
그렇게 차분하게 걸어본다.
가끔씩 고개들어 하늘을 보면서 가슴을 활짝열고 숨을 크게 들여
마시고 내쉬고를 하면서, 빗물에 젖은 나무에 손을 올려놓고
나무와 호흡도 하여보고 ㅎ
빗물에 젖은 초록의 잎들은 더욱더 싱싱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일상에서 바쁘게 허둥허둥하면서 몸과 마음을 힘들게도 하지만
가끔씩은 마음의 여유를 찾아 나를 보듬는 시간도 필요함을 느껴본다
정상가까이 가니 벌써 억세꽃이 피어 있었다.
뜨거운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가을이 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정상에 도착하니 우두령에서 오신분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대간을 하시냐고 물으니 이미 대간은 끝내고
김천에 계신 형님을 뵈러 오셨다면서 아침일찍 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괘방령까지 가신다고 하신다.
참으로 대단하신 열정이다.
인증샷을 찍어드리고, 나도 한컷 부탁을 드렸다.
비가 내리다가 멎다가를 반복한다.
우산을 가져오길 참 잘했구나 생각이 들었다
우의를 입어도 되겠지만 안경을 쓰고 있어 비에 젖으면
시야를 가려서 산행하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마음같아서는 그냥 내리는 비를 다 맞고도 싶었지만 참았다 ㅎ
기분좋은 산행을 마치고 따스한 메밀묵채로 속을 채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 나에게 허락한 우중 산행이 몸과 마음을 살찌우게 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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